라이브러리

HOME   >   HAI자료실  >  라이브러리


라이브러리

[기고문]미국, 영국, 호주에는 있는 경주마 복지법, 한국은 없다

2020-11-26
조회수 289

하이는 또 다른 소외 동물인 말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꽃마차 타지 않기‘ 운동과 마차의 도로통행 금지를 포함한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말의 복지 향상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베일에 가려진 경마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말 학대 요인을 근절하고 경주마 복지 향상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사망한 문중원 기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 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고 하이와 동물자유연대는 경주마의 권리 확립을 위해 참여했습니다. 25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마사회법 개정안 워크숍에서는 인권과 동물권 강화를 위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또한, 하이 김은숙 공동대표는 아래의 기고문을 통해 경주마 복지를 위한 마사회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기고문]미국, 영국, 호주에는 있는 경주마 복지법, 한국은 없다

[끝나지 않은 마사회 싸움 ②] 김은숙 동물권단체 하이 공동대표


지난 겨울,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 이후 시민사회 일각에는 '14년 간 7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사회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았다. 문 기수의 죽음을 둘러싼 100일여의 싸움이 한국사회에 '마사회의 구조적 개혁'이라는 과제를 남긴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출범했다. 이들은 △ 기수와 말관리사의 노동권·인권 보장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마사회법 개정 △ 온라인 경마 합법화 저지 △ 경주마의 동물권 보장을 위한 동물권 단체와의 연대 등 활동을 벌여왔다.


문 기수 1주기를 맞아 대책위 및 대책위와 활동을 함께해 온 동물권 단체의 활동가들이 <프레시안>에 마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세 편의 글을 보내왔다. 


둘째 편은 경주마의 동물권 보장을 위한 '경주마 복지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이다. 필자는 김은숙 동물권단체 하이 공동대표다.


세계 곳곳에서 인기 있는 경마, 내기와 스포츠가 결합한 오락이다. 영국, 호주, 미국과 같은 경마 주요 국가를 비롯하여 한국, 일본,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까지 많은 사람이 경마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동물이 포함되어 있고 그 관리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경마계 특성상 복지는커녕 필연적으로 착취를 피할 수 없고 종종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주마 복지법을 규정한 국가들 


경마가 이미 방대한 사업으로 정착된 영국, 호주, 미국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수의 안전과 말의 복지를 위해 세부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했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소에 대한 복지법을 만든 영국은 이를 개선하여 현재의 동물보호법(Animal Welfare Act 2006)으로 발전시켰다. 법은 모든 동물의 보호와 복지 의무를 엄하게 규정했는데 능동적인 학대 행위뿐만 아니라 방치와 관리 부재와 같은 방관에도 명확한 처벌 규정을 명시했다. 


또한, 한국의 농림부와 환경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영국의 환경식품농무부(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는 시행령으로 말의 관리와 돌봄을 위한 별도의 법규도 만들어 말의 복지에 힘쓰고 있다(참고 : Code of practice for the welfare of horses, ponies, donkeys and their hybrids). 경주마 관련법은 말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 또는 약을 복용시켜 출전시키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경주 시 말에게는 건초와 물, 귀리만 급여할 수 있으며, 흥분제나 상처를 가리는 약과 전기충격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 역시 모든 약물 급여는 불법이며 어길 시 엄격한 처벌과 더불어 모든 말의 경주 참여를 금지하거나 경기 자체를 취소한다 (참고 : Racing Integrity Act 2016). 


미국은 경마의 안전과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한 법을 규정하고 내용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도핑 방지와 엄격한 처벌 규정이 있는 '부정 경마 금지 및 안전한 경마를 위한 법(Horseracing Integrity and Safety Act of 2020)'은 '경마 도핑 금지 및 약품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말에게 금지된 약뿐만 아니라 예외적으로 허용된 물질들도 경기 48시간 내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명시한 조항을 포함한다.

기수와 말의 안전을 위한 마사회법 조항 


이와 같은 동물 보호와 복지를 위한 법규와 더불어 각 국가의 마사회법은 말 관련 조항을 포함한다. 매우 세부적이고 까다로운 조항이 담긴 마사회법은 단순히 마사회 운영과 회원들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규정뿐만 아니라, 말의 복지 규정과 말 보호를 위한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주, 조교사, 관리사, 기수들의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규정을 두어 경주마의 복지에 노력하는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호주 마사회법은 말의 출전을 금지하는 신체 상태 목록을 명시하는데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말 건강이 의심스러우면 경주 불허, 임신말 경주 불허, 체외충격파요법 치료받은 말 경주 불허, 관절 주사를 맞은 말 경주 불허, 독감, 특정 바이러스, 파상풍 등 각종 예방 백신 시는 5 일내 경주 불허, 말은 규정된 무게보다 500g 이상 싣기 금지, 경주 시 과잉, 불필요한 부적절한 박차 금지 등이다. 또한, 경주나 훈련 시 말의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구 소지를 금지하며 어길 시 2년 이하 자격 정지하고, 말을 학대하거나 학대 요소가 있는 물건을 소지하고, 다음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시 처벌한다. 


(1) 합당한 돌봄, 말 학대 방지를 위한 관리 감독하지 않을 때 

(2) 말이 갖는 고통을 완화시키는 필요한 조치하지 않을 때 

(3) 고통받는 말에게 수의학적 처치하지 않을 때 

(4) 말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영양공급 하지 않을 때 


유명무실한 한국 마사회법 


이에 반해 61개 조로 구성된 한국 마사회법은 2020년 3월, 최근 개정안까지도 말 복지를 위한 규정은 없다. '제50조(벌칙) ①항 4호 출전할 말의 경주 능력을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줄이는 약물, 약제, 그 밖의 물질을 사용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 유일하게 말 복지에 도움 줄 수 있는 조항이다. 그러나 당 조항은 위법 행위자에 대한 벌칙이며 약물이 검출된 말의 출전 여부는 알 수 없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한국 마사회 2016~2019년 연도별 도핑테스트'는 경주마 개체 수와 불법 약물 검출된 말의 이름과 개체 수만을 보여준다. 결국, 경주마 도핑테스트는 형식으로 그칠 수 있고, 경주마의 출전 규제 없이는 기수와 말 모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 마사회법의 주 목적은 정당한 마사회 운영과 회원 관리를 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마사회가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사람, 즉 마주, 조교사, 말관리사, 기수들의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복지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 동물에 대한 보편적인 복지 규정은 이미 동물보호법에 포함되어 있기에 마사회법에 "말의 보호, 복지 위배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은 동물보호법 규정을 따른다"와 같은 취지의 조항을 포함하고, 도핑 방지나 출전 제약과 같은 경주마에만 적용되는 동물 보호 관련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한국에 경주마 수출 중단을 선언한 국외 기업 


지난 7월 북미 경주마 대기업 스트로나흐사가 한국에 경주마 수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은퇴마 사후 처리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한국 마사회에 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협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미 수출한 자국 말들의 복지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19년 8월에 마사회 내 말 복지위원회가 설립되었고 대외적으로 말 복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말 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기존의 방식이나 태도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증거도 없다. 


경주 시 종종 말의 아킬레스건을 감싼 테이프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말의 다리 힘줄에 이상이 있음을 보여주는데 무거운 체중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경주마에 흔히 나타나는 부상 부위이다. 고통을 감수하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할 부위에 테이핑을 한 상태로 말이 잘 달릴 수 있을까? 속도를 내야 하는 말이 넘어질 확률이 높고 이는 말뿐만 아니라 기수의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기수와 말의 안전을 위해 신체에 문제 있는 말의 출전을 금하는 국외 경마 관련법을 고려하면 한국의 경마계가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외부에는 철저히 베일로 가려진 경마 산업, 기수와 말의 안전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마사회는 경마를 위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할 필요 있다. 이 또한 경마가 정착된 국가들의 관련법이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다. 


말 복지만 빠진 한국형 경마 산업, 변화할 때다 


선진국의 영향은 우리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방면에 변화를 초래했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며 한국 나름의 좋은 개성들이 담겨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종종 잘못된 태도나 습관들로 본래의 취지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현대 경마 산업은 선진국에서 유래되었다. 마사회가 경마 산업을 더 발전시키기 원한다면 선진국이 말을 돌보고 다루는 방식 또한 수입해야 하지 않을까. 말이 원치 않는 달리기를 인간의 오락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잘못이지만 최소한 말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 이미 방대한 기업이 되어 버린 경마 산업, 그 세계에서 주 역할을 하는 말에게 고통 요인을 없애고 타고난 본성에 맞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은퇴한 말의 복지를 위한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이는 인간 사회에 강제로 들여와 지고 인간을 위해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고 도덕적 책임이지 않을까?


기고문 링크: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2315383277854#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