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유기견의 문제가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았다.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는 유기 동물 문제와 반려동물을 잃고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려 가족들이 많이 공감했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반려동물과 사별 후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 ‘나랑 살면서 아이가 행복했을까?’이다.
다섯 번의 반려견, 반려묘와의 사별, 돌보던 동네냥이들의 죽음으로 괴로운 시간을 자주 경험했다. 그럼에도 매번 그 아픔 정도가 줄어들지는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조금씩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의문은 외로움과 고통을 경험했던 아이가 나랑 살고 있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는지이다.

‘사랑이는 행복했을까?’
2011년 9월 24일 나의 사랑이는 지옥과 같은 보호소를 탈출 했다. 13년 8개월, 나랑 살면서 사랑이는 행복했을까? 간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랑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나는 이미 펫로스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사랑이는 20년을 살 것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이 미웠고 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며칠을 눈물로 보내던 중, 사랑이가 기력도 식욕도 없던 상태에서도 억지로 일어나 패드에 가서 소변도 보고 억지로 먹으려는 것을 보고 무언가 나의 뒤통수를 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이는 아파도 이렇게 노력하는 데 나는 울면서 얼마 안 남은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의미 있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랑이와 나의 귀한 역사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곧 떠날 사랑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지난 14년 사랑이와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 믿었다.
2011년 1월 15일, 5개월 전 떠나보낸 나의 첫 반려견 복순을 기리는 마음으로 보호소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킬 보호소인 것이 마음에 들어서 갔지만 뜬장에서 자신의 배설물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상을 맞이하니 안타까움과 분노감이 올라왔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 돌아오는 길은 항상 가슴에 큰 돌이 박혀있는 심정이었다.
봉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뜬장이 설치된 비닐하우스 뒤편에 조그만 공간이 하나 더 있음을 발견했다. 안은 다른 뜬장보다 더 처참한 상태였다. 먼지와 털로 범벅이 된 녹슨 뜬 장 속에 각각 한 명씩 두 아이가 살고 있었다. 한 곳에는 쥐 시체와 오물 위에 작은 아이가 있었고, 다른 곳에는 자신의 체구만한 집 옆에 중형견이 있었다. 당시 바디란 이름을 가진 이 아이가 사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매주 갈 때마다 모든 뜬장은 오물이 쌓여있었는데 이 아이가 있는 곳엔 오물이 없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다른 뜬 장들에는 2~4명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왜 이 두 아이는 따로 격리시켰는지 물었더니 애들 성향 때문이라는 답을 받았다. 전에는 넓은 공간에 많은 아이들을 한 곳에 수용했었는데 특히 사랑이가 다른 아이들을 공격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중성화 수술을 시도하며 뒤에서 꼬리를 잡아당겼던 사람이 사랑이에게 물린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이 사건들로 사랑이는 맹견으로 지목되어 혼자 독방에 갇힌 것이었다.
당시 보호소는 모든 공간이 다 찼고 소장은 안락사 시행하는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입양 보내기를 원했다. 그러자니 보호할 공간이 필요했고 기존 아이들 중 ‘문제아’로 지목된 아이들과 사회화가 안 된 입양이 어려운 아이들을 안락사 시키기를 원했다. 당시 사랑이는 안락사 명단에서 1순위였다. 봉사자들의 의견을 묻는 채팅방에서 나는 결사반대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랑이를 처음 본 날 이 아이는 맹견이 아니고 사회화 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음을 직감했고 이를 증명해 보고 싶었다.
뜬장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시작으로 나의 사회화 교육은 시작되었다. 매주 사랑이는 내가 주는 간식을 받아 먹었지만 가능한 한 나랑 멀리 있으려 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만지려고 한 날, 사랑이는 겁에 질린 눈으로 손을 들며 마치 ‘나를 해치지 마세요’와 같은 손짓을 했다. 그때 확신했다. 사랑이는 그저 겁이 많은 아이였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을, 몇 번의 입질은 구석에 몰린 자신을 방어하려는 본능이었음을.

보호소가 이사하게 되었을 때 사랑이에게 더 넓은 공간이 주어졌고 사랑이는 나와 한 공간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두 번째 사진) 봉사자들이 보호소에 오는 날이면 사랑이는 특유의 짖는 소리로 나를 반겼다. 사회화 교육이 시작된 지 두 달 뒤 사랑이가 변화를 보였고 그 사이 정이 든 나는 입양을 결정했다. 당시 집에는 이미 4 반려견이 있었고 그 중 둘은 같은 보호소에서 입양한 아이들이었다. 사랑이는 공격적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입양에 망설임은 없었다.
보호소를 떠나는 날 이동장에 옮겼을 때 나의 의도를 알았는지 사랑이는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첫 번째 사진). 사랑이는 가족이 된 첫날부터 다른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새로운 환경에 바로 적응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치 않았던 모습에 기쁨만큼 허탈함도 컸다. 사람들의 몰이해로 그동안 불필요하게 겪어야 했던 사랑의 외로움과 고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사랑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만 있었어도 좀 더 나은 보호소 생활을 했었을 것이고 입양도 가능했을 것이다.
첫 목줄, 첫 하니스, 첫 산책 등 처음이었을 모든 경험에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사랑이는 잘 받아들였다. 보호소를 나온 날 바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50프로 사망률을 나타내는 사상충 감염 3기 진단이 나왔다. 충격은 컸지만 1년 6개월 동안 오랜 치료를 받고 완쾌 판정을 받았다. 이때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평생 처음으로 정말 착한 사람이 되겠다는 맹세를 할 정도였다.
보호소 뜬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사랑이 변, 사랑이가 집에 온 날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뜬장에 갇혀 살던 사랑이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었던 것 같았다. 실수로 방안에서 변을 보자 바로 먹어버리는 것을 보고 뜬장에서 그런 식으로 변을 치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식분증의 원인은 다양하기에 여러모로 확인을 해보았고 특히 마당에서 변을 볼 때는 먹지 않는 것을 보고 내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랑이의 표정도 더욱 밝아지고 활기가 넘쳐 매일 매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듯 보였다. (세 번째 사진) 사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짝꿍 복실이와 처음으로 광안리 해변을 걷던 날 사랑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섯 번째 사진) 보호소에서의 사랑이의 삶과 가족이 된 후 변화한 (아님, 원래의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사랑이의 모습을 비교하며 나도 사랑이만큼 행복했다.
시간이 흘러 추정 나이 만 18세,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사랑이는 이 년 전부터 사상충 후유증인지 심장이 비대해져 강심제 복용 중이다. ‘우리 식구 최초 장수견 나오겠네’ 했던 나의 자만심을 혼내시는 것일까, 지난 4월 정기 검진 때 사랑이는 간암 진단을 받았다. 고령인데다 수술할 수 없는 부위이기에 빈혈 관리하는 것 이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리 식구가 된 9월까지라도 살기를 바랐지만, 하루하루 기력이 떨어지는 사랑이를 보며 언제든 가는 날까지 너무 아프지 않는 것이 더 절실했다. (네 번째 사진)

사랑아! 엄마랑 살면서 행복했니? 요즘은 ‘사랑해’ 사랑이도 엄마 사랑하지?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낸다. 우리 가족이 사랑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해주려 노력한다. 너무도 귀한 매일 매시간을 좋은 이별을 위한 순간으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한다. 지난 13년 8개월간 사랑이의 역사를 회고하며 이미 시작된 펫로스증후군이 일부 치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사랑이도 나도 행복했어. 이제 다가올 이별을 담담히 맞이하자. 그것이 사랑이의 시간에 대한 예의이고 사랑이가 원하는 것일 거야. 그리고 먼저 떠난 사랑의 짝꿍 복실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사랑이는 외롭지 않겠지? 이별은 많이 슬프지만 그곳에서도 사랑이가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것에 나의 감정을 쏟아 넣자. 그리고 내겐 아직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멍멍이들과 야옹이들이 있다. 그들과도 사랑 가득한 역사를 계속 만들어 가야겠지!” 이렇게 나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반려동물이 소중하지만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에 대한 나의 감정은 더욱 애틋하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나를 지켜주는 가족이 있다는 든든함을 갖게 해주려 노력하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었다. 나의 가족이 되어 준 아이들도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
보호소에서 입양한 아이와 사별을 한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행복했는지 궁금하시죠? 동물들은 사람들과 거의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다른 것은 유감이나 앙심을 오래 간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간혹 보호소의 부정적인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아이들도 있지만 가족의 인내와 사랑으로 이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들은 ‘카르페디엠’ 오늘에 충실하는 태도로 살아갑니다. 매일 오늘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시간이 쌓여서 아이는 지난 고통을 잊습니다. 아이가 떠날 때는 행복했던 순간만 간직할 것입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후회와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감정인 사랑과 행복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본래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랑을 나눠줄 대상이 보호소 아이들이라면 내 사랑은 더욱 의미 있고 더욱 따뜻할 것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주세요,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세요. 당신은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슬픔과 외로움, 고통의 기억만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날 뻔했던 아이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귀한 사람입니다.
끝으로 이 글이 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었듯이 여러분께도 반려동물과의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반려동물과의 삶에 대해 하이와 공유해 주실 시민을 찾습니다. 사연과 4~5 장의 사진을 (이메일:hai_1@naver.com) 보내 주시면 하이 홈페이지와 SNS을 통해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연을 보내신 분께는 펫로스 관련된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메일 보내실 때 이름, 전화번호, 주소도 함께 보내주세요~
최근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유기견의 문제가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았다.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는 유기 동물 문제와 반려동물을 잃고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려 가족들이 많이 공감했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반려동물과 사별 후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 ‘나랑 살면서 아이가 행복했을까?’이다.
다섯 번의 반려견, 반려묘와의 사별, 돌보던 동네냥이들의 죽음으로 괴로운 시간을 자주 경험했다. 그럼에도 매번 그 아픔 정도가 줄어들지는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조금씩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의문은 외로움과 고통을 경험했던 아이가 나랑 살고 있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는지이다.
‘사랑이는 행복했을까?’
2011년 9월 24일 나의 사랑이는 지옥과 같은 보호소를 탈출 했다. 13년 8개월, 나랑 살면서 사랑이는 행복했을까? 간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랑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나는 이미 펫로스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사랑이는 20년을 살 것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이 미웠고 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며칠을 눈물로 보내던 중, 사랑이가 기력도 식욕도 없던 상태에서도 억지로 일어나 패드에 가서 소변도 보고 억지로 먹으려는 것을 보고 무언가 나의 뒤통수를 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이는 아파도 이렇게 노력하는 데 나는 울면서 얼마 안 남은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의미 있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랑이와 나의 귀한 역사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곧 떠날 사랑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지난 14년 사랑이와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 믿었다.
2011년 1월 15일, 5개월 전 떠나보낸 나의 첫 반려견 복순을 기리는 마음으로 보호소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킬 보호소인 것이 마음에 들어서 갔지만 뜬장에서 자신의 배설물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상을 맞이하니 안타까움과 분노감이 올라왔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 돌아오는 길은 항상 가슴에 큰 돌이 박혀있는 심정이었다.
봉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뜬장이 설치된 비닐하우스 뒤편에 조그만 공간이 하나 더 있음을 발견했다. 안은 다른 뜬장보다 더 처참한 상태였다. 먼지와 털로 범벅이 된 녹슨 뜬 장 속에 각각 한 명씩 두 아이가 살고 있었다. 한 곳에는 쥐 시체와 오물 위에 작은 아이가 있었고, 다른 곳에는 자신의 체구만한 집 옆에 중형견이 있었다. 당시 바디란 이름을 가진 이 아이가 사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매주 갈 때마다 모든 뜬장은 오물이 쌓여있었는데 이 아이가 있는 곳엔 오물이 없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다른 뜬 장들에는 2~4명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왜 이 두 아이는 따로 격리시켰는지 물었더니 애들 성향 때문이라는 답을 받았다. 전에는 넓은 공간에 많은 아이들을 한 곳에 수용했었는데 특히 사랑이가 다른 아이들을 공격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중성화 수술을 시도하며 뒤에서 꼬리를 잡아당겼던 사람이 사랑이에게 물린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이 사건들로 사랑이는 맹견으로 지목되어 혼자 독방에 갇힌 것이었다.
당시 보호소는 모든 공간이 다 찼고 소장은 안락사 시행하는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입양 보내기를 원했다. 그러자니 보호할 공간이 필요했고 기존 아이들 중 ‘문제아’로 지목된 아이들과 사회화가 안 된 입양이 어려운 아이들을 안락사 시키기를 원했다. 당시 사랑이는 안락사 명단에서 1순위였다. 봉사자들의 의견을 묻는 채팅방에서 나는 결사반대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랑이를 처음 본 날 이 아이는 맹견이 아니고 사회화 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음을 직감했고 이를 증명해 보고 싶었다.
뜬장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시작으로 나의 사회화 교육은 시작되었다. 매주 사랑이는 내가 주는 간식을 받아 먹었지만 가능한 한 나랑 멀리 있으려 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만지려고 한 날, 사랑이는 겁에 질린 눈으로 손을 들며 마치 ‘나를 해치지 마세요’와 같은 손짓을 했다. 그때 확신했다. 사랑이는 그저 겁이 많은 아이였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을, 몇 번의 입질은 구석에 몰린 자신을 방어하려는 본능이었음을.
보호소가 이사하게 되었을 때 사랑이에게 더 넓은 공간이 주어졌고 사랑이는 나와 한 공간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두 번째 사진) 봉사자들이 보호소에 오는 날이면 사랑이는 특유의 짖는 소리로 나를 반겼다. 사회화 교육이 시작된 지 두 달 뒤 사랑이가 변화를 보였고 그 사이 정이 든 나는 입양을 결정했다. 당시 집에는 이미 4 반려견이 있었고 그 중 둘은 같은 보호소에서 입양한 아이들이었다. 사랑이는 공격적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입양에 망설임은 없었다.
보호소를 떠나는 날 이동장에 옮겼을 때 나의 의도를 알았는지 사랑이는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첫 번째 사진). 사랑이는 가족이 된 첫날부터 다른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새로운 환경에 바로 적응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치 않았던 모습에 기쁨만큼 허탈함도 컸다. 사람들의 몰이해로 그동안 불필요하게 겪어야 했던 사랑의 외로움과 고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사랑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만 있었어도 좀 더 나은 보호소 생활을 했었을 것이고 입양도 가능했을 것이다.
첫 목줄, 첫 하니스, 첫 산책 등 처음이었을 모든 경험에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사랑이는 잘 받아들였다. 보호소를 나온 날 바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50프로 사망률을 나타내는 사상충 감염 3기 진단이 나왔다. 충격은 컸지만 1년 6개월 동안 오랜 치료를 받고 완쾌 판정을 받았다. 이때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평생 처음으로 정말 착한 사람이 되겠다는 맹세를 할 정도였다.
보호소 뜬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사랑이 변, 사랑이가 집에 온 날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뜬장에 갇혀 살던 사랑이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었던 것 같았다. 실수로 방안에서 변을 보자 바로 먹어버리는 것을 보고 뜬장에서 그런 식으로 변을 치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식분증의 원인은 다양하기에 여러모로 확인을 해보았고 특히 마당에서 변을 볼 때는 먹지 않는 것을 보고 내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랑이의 표정도 더욱 밝아지고 활기가 넘쳐 매일 매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듯 보였다. (세 번째 사진) 사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짝꿍 복실이와 처음으로 광안리 해변을 걷던 날 사랑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섯 번째 사진) 보호소에서의 사랑이의 삶과 가족이 된 후 변화한 (아님, 원래의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사랑이의 모습을 비교하며 나도 사랑이만큼 행복했다.
시간이 흘러 추정 나이 만 18세,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사랑이는 이 년 전부터 사상충 후유증인지 심장이 비대해져 강심제 복용 중이다. ‘우리 식구 최초 장수견 나오겠네’ 했던 나의 자만심을 혼내시는 것일까, 지난 4월 정기 검진 때 사랑이는 간암 진단을 받았다. 고령인데다 수술할 수 없는 부위이기에 빈혈 관리하는 것 이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리 식구가 된 9월까지라도 살기를 바랐지만, 하루하루 기력이 떨어지는 사랑이를 보며 언제든 가는 날까지 너무 아프지 않는 것이 더 절실했다. (네 번째 사진)
사랑아! 엄마랑 살면서 행복했니? 요즘은 ‘사랑해’ 사랑이도 엄마 사랑하지?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낸다. 우리 가족이 사랑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해주려 노력한다. 너무도 귀한 매일 매시간을 좋은 이별을 위한 순간으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한다. 지난 13년 8개월간 사랑이의 역사를 회고하며 이미 시작된 펫로스증후군이 일부 치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사랑이도 나도 행복했어. 이제 다가올 이별을 담담히 맞이하자. 그것이 사랑이의 시간에 대한 예의이고 사랑이가 원하는 것일 거야. 그리고 먼저 떠난 사랑의 짝꿍 복실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사랑이는 외롭지 않겠지? 이별은 많이 슬프지만 그곳에서도 사랑이가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것에 나의 감정을 쏟아 넣자. 그리고 내겐 아직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멍멍이들과 야옹이들이 있다. 그들과도 사랑 가득한 역사를 계속 만들어 가야겠지!” 이렇게 나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반려동물이 소중하지만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에 대한 나의 감정은 더욱 애틋하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나를 지켜주는 가족이 있다는 든든함을 갖게 해주려 노력하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었다. 나의 가족이 되어 준 아이들도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
보호소에서 입양한 아이와 사별을 한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행복했는지 궁금하시죠? 동물들은 사람들과 거의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다른 것은 유감이나 앙심을 오래 간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간혹 보호소의 부정적인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아이들도 있지만 가족의 인내와 사랑으로 이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들은 ‘카르페디엠’ 오늘에 충실하는 태도로 살아갑니다. 매일 오늘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시간이 쌓여서 아이는 지난 고통을 잊습니다. 아이가 떠날 때는 행복했던 순간만 간직할 것입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후회와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감정인 사랑과 행복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본래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랑을 나눠줄 대상이 보호소 아이들이라면 내 사랑은 더욱 의미 있고 더욱 따뜻할 것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주세요,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세요. 당신은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슬픔과 외로움, 고통의 기억만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날 뻔했던 아이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귀한 사람입니다.
끝으로 이 글이 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었듯이 여러분께도 반려동물과의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반려동물과의 삶에 대해 하이와 공유해 주실 시민을 찾습니다. 사연과 4~5 장의 사진을 (이메일:hai_1@naver.com) 보내 주시면 하이 홈페이지와 SNS을 통해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연을 보내신 분께는 펫로스 관련된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메일 보내실 때 이름, 전화번호, 주소도 함께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