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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_너를 그리워하며🌈] “모든 멍이와 냥이의 엄마였던 도로시”

2025-06-26
조회수 92


🌈 펫로스_너를 그리워하며


“모든 멍이와 냥이의 엄마였던 도로시”


내성적이었지만 정이 많았던 도로시는 보호소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던 아이였다. 2011 년 봉사를 다녔던 보호소에서 두 번째로 입양한 도로시, 뜬장 안에 놓인 집에 항상 숨어있었기에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였다.

 

봉사 다닌지 몇 주 뒤에 소장이 도로시를 소개해 주었고 겁에 질려 있는 큰 눈을 바라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노킬 보호소이지만 이렇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는 입양이 어렵고 생을 보호소에서 마감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나의 오지랖이 발동해서 도로시를 뜬장에서 꺼내 물품 보관 창고로 데려갔다. 매주 산책도 시켜보고 쓰담도 하며 마음을 열어보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봉사자들이 왔을 때 집에만 숨어있던 도로시가 집 밖으로 나와 다른 친구들과 같이 우리를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나서 짖기까지 했다.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는 같은 보호소에서 입양한 아이를 포함 세 명의 멍멍이가 있었다. 원래는 도로시 사회성이 좋아지면 가족을 찾아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로시 태도가 크게 변화하지도 않고 나도 그 사이 정이 들어 입양을 결정했다. 도로시가 다른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 것 같아 함께 살다 보면 사회성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예상했던 대로 도로시는 세 아이들과 잘 지냈다. 자신과 비슷한 크기인 차순이보다는 오히려 열 배나 큰 개들과 더 잘 지냈다. 또한 어렸을 때 고양이와 같이 컸는지 고양이들과 장난도 잘 치고 엄마처럼 그루밍도 해 주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내가 부르면 가까이도 오고 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을 정도로 도로시는 변해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상냥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자기 나름대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문 가로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며 짖는 것이 도로시 최대의 애정 표현이었다.

 

입양 당시 도로시 추정 나이는 4-5세, 다행히 심장 사상충은 음성이었고 혈액검사도 좋았지만 어금니에는 그 크기만한 치석들이 붙어 있는 등 구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구강 치료를 받은 후 밥도 잘 먹고 아이들과 잘 지내는 평온한 하루하루가 지났다. 그 두 달 뒤 같은 보호소에서 사랑이를 입양했다.

 

도로시가 우리와 가족이 된 지 14 년, 그 동안 나 아니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 개들과 고양이들 구조와 입양으로 우린 대가족이 되었다. 도로시는 다른 아이들과 잘 놀고 발랄해졌고 나의 손이 더 필요한 병약한 아이들 돌봄으로 도로시는 나의 주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도로시가 나의 주 관심이 된 건 삼 년 전 신부전 2기를 진단받았을 때였다. 매년 정기 검진을 받아 왔기에 비교적 일찍 발견되었지만 그동안 도로시를 잘 보살피지 못해 병이 든 것은 아닌가 죄책감이 들었다. 다행히 수액치료와 약 복용으로 수치는 삼 년 동안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항상 방심한 가운데 불행은 다가오는 것일까. 지난달 17일 사랑이가 암으로 떠나자 도로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달 동안 아픈 사랑이의 눈을 핥아주고 곁을 지키던 도로시가 사랑이가 떠나고 연이틀 잠만 자고 음식을 거부했다. 삼 일째부터 갑자기 치매가 오더니 제자리를 빙빙 돌며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보였다. 구토와 설사가 심해져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충격적인 검사 결과를 받았다. 한 달 전 2기였던 신부전이 갑자기 말기가 되었고 다른 장기들도 문제를 보인 것이다.

 

사랑이의 죽음이 도로시의 상태를 악화시킨 것일까, 사랑이 곁으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도로시는 사랑이 떠난 지 한 달 만에 내 품에서 떠났다. 지난 14년 도로시는 나의 관심을 다른 형제들과 나누어 가져야 했다. 너무도 착한 도로시는 불평도 안하고 오히려 자기의 사랑을 아낌없이 베푼 아이였다.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도로시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지만 도로시에게 가족의 사랑을 주고받을 기회를 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도로시는 나의 마음을 이해했겠지? 그곳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먼저 떠난 형제들과 잘 지내고 있겠지? 

 

우리 가족이 된 개와 고양이들은 보호소에서 또는 길에서 온 아이들이다. 나는 특별히 선하거나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저 우연히 고통받는 동물들의 삶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인간의 본성인 연민이 조금 더 발현되었을 뿐이다. 나의 삶 일부를 포기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소박한 희생이 누군가의 삶을 덜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상이고 아이들로부터 흔치 않은 사랑을 받는 것은 더욱 큰 보상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삶의 우선순위가 같진 않지만, 최소한 나는 이 세상에 남긴 나의 흔적이 너무 나쁘지 않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 것이다.

 

오늘도 나는 우리 아이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하이는 동물을 입양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함께 했던 시민들의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 오늘은 지난 5월에 사랑이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내신 김*숙님께서 또 한 아이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내신 사연을 소개합니다.

 

📌반려동물과의 삶에 대해 하이와 공유해 주실 시민을 찾습니다. 사연과 4~5 장의 사진을 (이메일:hai_1@naver.com) 보내 주시면 하이 홈페이지와 SNS을 통해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사연을 보내신 분께는 펫로스 관련된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메일 보내실 때 이름, 전화번호, 주소도 함께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