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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 없는 안락사?’로 인도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2024-05-07
조회수 216


‘마취제 없는 안락사?’로 인도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A는 혼자 지내는 것이 외로워서 가족 삼아 강아지를 샀습니다. 한동안 모습이 귀엽고 돌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소변도 못 가리고 털도 날려서 같이 사는 것이 귀찮아졌습니다. 그래서 공원에 데리고 나가 버리고 돌아왔습니다.

 

‘PAWINHAND’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버려진 동물은 215,531명이고 이 중 26 프로만이 입양되었고 20 프로가 안락사, 28 프로가 자연사를 당했습니다. 이 20만이 넘는 생명체들은 유실된 동물도 있지만 대부분 버려진 동물입니다.  동물들은 털이 너무 날려서, 너무 늙어서, 소변을 못 가려서, 병원비가 부담되어서,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싫어해서, 심지어 자신의 카페트 색과 털색이 맞지 않아서 등 터무니없는 이유로 오늘도 버려지고 있습니다.

 

A의 강아지는 버려진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거리에서 로드킬을 당했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조되어 동물보호소에서 지낸다면 그 삶은 평탄할까요?

 

최근 알려진 경남 밀양시 동물 보호 센터에서 보호 동물 공고 기간이 지난 유기견 37명을  마취시키지 않고 안락사를 시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었으니 명백히 '안락사'는 아니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46조 1항에 따라 수의사는 ‘마취 등을 통하여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비인도적인 처리는 밀양시뿐만 아니라 전남 순천의 89명 유기견 무마취 고통사 사건  등 전국의 많은 동물 보호 센터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0 년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는 실험한 고양이 6명이 마취제 없이 고통사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아니라 개인이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의뢰한 안락사도 이런 적법한 방법을 무시하고 시행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89명의 생명을 고통으로 마감시킨 수의사는 유기견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생명을 경시한 행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판결받았습니다. 동물보호법에 안락사 방법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고통사가 은밀히 시행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돈벌이로 간주하는 일부 수의사들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생명 경시 분위기, 즉 우리 자신들에게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우리 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를 우린 너무 쉽게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공장에서 물건 만들듯이 번식장에서 수없이 태어나고 쉽게 샀으니 쉽게 죽여도 되는 걸까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4.4 프로가 유실, 유기동물을 입양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동물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는 것이라는 사고는 우리가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것이며 점점 많은 시민의 생명 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든 입양하든 끝까지 책임지는 것입니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겠다는 의향 지수는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기 동물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버린 일부 수의사들과 동물 보호 센터 관련자들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유기 동물을 양산하는 체계와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동물이 유기당하지 않는 사회, 타당한 이유로 맡겨진 동물들을 보호하는 보호소가 합법적으로 운용되는 사회에서 이와 같은 고통사가 발생할 여지는 없을 것입니다.

 

잔혹한 고통 속에 죽어간 동물들을 생각하며 이 문제를 야기시킨 것이 우리듯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는 고민을 함께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